창업 3~5년에 만나는 ‘죽음의 계곡’ 넘으려면

매일 3300개 창업, 2500개 망해

자영업 창업 5년 생존율 17.9%뿐

실패자 재기 시스템도 구축해야

입력시간 : 2019-01-05 18:30:11 , 최종수정 : 2019-01-05 18:30:11, ptnews 기자

 

통계청이 지난 17일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고용 대란이 현실로 닥쳤다. 해법은 일자리 창출이다. 그중에서도 창업 활성화가 필요하다.

요즘 같은 때에는 크고 작은 기업들이 창업한 뒤 망하지 않고 계속 생존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국세청 통계를 보면 한국의 기업체 수는 688만개(2016년 기준)로 한 해에 약 122만개의 창업이 일어나고 약 90만개가 폐업하고 있다. 매일 3300개가 창업되고, 매일 2500개가 사라지는 셈이다.

문제는 생존율이다. 통계청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창업 이후 1년 기업생존율’은 62.7%, 2년 생존율은 49.5%, 3년 생존율은 39.1%, 5년 생존율은 27.5%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숙박·음식점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568만명)의 창업 5년 생존율은 17.9%에 그친다. 창업기업 3개 중 2개가 3년 이내에 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짧은 기업생존율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창업을 꺼리고 주변에서는 창업을 말린다. 그런데도 해마다 창업하려는 인구는 늘고 있다. 취업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법인 설립에 필요한 최소자본금의 폐지, 금융권 대출시 연대보증인의 폐지 등 정부의 창업 장려 정책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창업 장려 정책 못지않게 창업 후에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말하자면 지속가능한 기업생존율을 높이는 정책이 아쉽다. 자금만 일부 지원해 주고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오래 살아남은 성공한 기업가의 경영노하우와 기법을 공유하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 운영에는 많은 기법과 지식 능력이 요구된다.

무조건 열심히 노력한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열심히 노력해도 창업 후 3~5년에 다가오는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어떻게 해야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지 노하우와 기법을 가르치고 전수하는 교육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미국의 경우 카우프만 재단을 비롯한 여러 교육기관이 창업교육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산발적이고 비체계적인 데다 제대로 된 교육기관이 없는 실정이다.
 
둘째, 기업에 대한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나친 규제와 간섭은 창업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방해하는 최대의 적이다.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게임규칙 안에서 마음 놓고 사업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기존에 기업을 위한다는 수많은 법규가 과연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심도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규제 방식의 임금인상과 유연성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부담을 증가시켜 오히려 고용기회의 감소와 업체생존율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셋째, 기업가를 존경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영국의 철학자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지적처럼, 위대한 사회란 기업가들이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회다. 500여 년의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기업가의 대우에 따라 경제 강국의 지위가 바뀌어왔다는 역사적 사실은 우리가 기업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절실히 일깨워 준다.

기업가는 사람들을 먹이고 입히고 취업시키는 문제뿐만 아니라 혁신을 통해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면서 인류의 삶과 세상을 바꾸고 있다. 세계 경제 강국인 미국과 영국에서는 기업가(entrepreneur)란 말이 가장 존경받는 단어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거꾸로 간다.
 


넷째, 사업 실패자를 위한 재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세 가지다. 즉,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을 때, 아무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을 때,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을 때다. 그러나 실패 없이는 발전도 없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장려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두 번의 실패도 허용하지 않은 폐쇄적인 사회라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다.
이런 환경에서는 위대한 기업가가 결코 나올 수가 없다. 기업가가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획기적인 재기 발판을 구축해야 한다.
 
저성장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창업과 기업 살리기는 매우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은 사람을 살게 하는 생존권의 문제다. 정책 당국의 창업 장려 노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창업 후에도 기업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업생존율을 높이는 기업 생존정책에 역점을 둬야 한다.
 
최길현 단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론] 창업 3~5년에 만나는 ‘죽음의 계곡’ 넘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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