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의 자리(Someone's Place) (김전기 작가, 서이갤러리)

이시우 기자

작성 2020.07.03 11:15 수정 2020.07.03 11:15



참여 작가: 김전기

전시제목: 어떤 이의 자리(Someone's Place)

기간:202077() ~ 719()



작가노트


artiststatement  / 김 전 기

 

<어떤이의 자리 / Someones Place>

  

자연은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해 나간다는 점, 그 자체로 아름답다. 하지만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왜곡되거나 변이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나는 2007년 부터 동해안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군사지역 중 일상의 공간과 접점을 이루고 있는 장소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왔다. 특히, 군사지역과 일상의 구분이 모호한 경계의 지점에서 익숙하지만 때로는 낯설게 보여지는 풍경과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해 왔다. 이념의 충돌로 빚어진 각종 군사시설물이 즐비한 동해는 천혜의 경관 덕분에 온종일 보고 있어도 지루할 틈이 없을 만큼 아름답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상처와 불안의 시간으로 기억 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인가 해변의 출입과 조망을 제한해 오던 높은 철책과 겹겹이 두른 가림막들이 하나 둘 걷히면서 수십년간  가려졌던 이데올로기의 표상들이 보통의 풍경 앞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숨겨진 적이 없었던 것처럼, 당연히 있어야 할 곳인 양, 인간의 욕망과 이념이 생산한 표상들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기념비적인 모습으로 일상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군사권력의 상징같은 위엄과 권위는 사라졌다. 오히려 키치적이고 생뚱맞아 보인다. 이제 이데올로기의 표상들은 우리 일상과 주변에 산재한 흔한 풍경이 되었다.

 

해안의 풍경이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민간인의 출입과 접근을 제한했던 경계선과 군사구조물들이 사라지고 있다. 사라진 자리에는 자취와 흔적만이 남아 과거의 공간만을 상기해 주고 있다. 그 공간에서 지금까지 수십년 동안 같은 공간에서 머물고 거쳐갔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구조물이 해체되고 사라진 자리에는 터의 흔적들이 남게 되고, 남겨진 자취와 흔적들은 완전한 소멸을 위해 다시 자연에게 맡겨지게 된다. 그러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더디고 지루하여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느새 자취와 흔적까지 깨끗이 치워진 자리에는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덧씌워진 현대식 건축물들과 조형물들로 다시 채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모습 따윈 개의치 않는다. 오직 자신을 위한 새로운 자취와 흔적을 남기기 위해 부산스럽게 움직인다. 마치 역사의 오류라도 지워내듯이 말이다. 해안에 즐비했던 군사시설물이 없어지자 동해는 여가 활동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해변을 드나들 때마다 불편과 불안을 감내해 왔던 사람들은 이제 강제된 이념과 안보 따위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저 자신의 일상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

(새롭게 열려진 자리에 자신들의 자취나 흔적들을 남기기 위해 분주한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무엇을 남기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가.. 내가 남긴 흔적은 미래에 어떻게 보여지게 될까 몹시 궁금하다.)

 

낮과 밤을 기준으로 출입을 통제하는 해안의 경계선에서 나는 종종 실제로 보고 있으면서도 신기루 처럼 느껴지는 풍경과 마주할 때가 있다. 풍경속에 자리하고 있는 이념의 표상들이나 사라진 자리는 익숙해질법도 한데 여전히 낯설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실제의 모습 너머에 있는 또 다른 풍경을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것이 새로운 경계의 시작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새로운 자본의 표상들이 세워지고,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경계의 지점에서 모든 경계가 사라지게 될 미래의 풍경을 꿈을 꾸듯 상상해 본다.



자료제공 : 서이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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